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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토르 1편 천둥의 신 "오만한 신에서 진정한 영웅으로, 셰익스피어 비극을 품은 마블의 신화"

by 머니루키moneyrookie 2026.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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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천둥의 신 포스터

2011년, <토르: 천둥의 신>이 처음 개봉했을 때 저는 극장가기를 조금 망설였습니다. "아이언맨처럼 최첨단 과학 기술이 나오는 세계관에 갑자기 금발 머리에 망토를 두른 북유럽 신화라니, 너무 뜬금없고 유치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 때문이었죠.

 

하지만 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온 후, 저는 크리스 헴스워스의 압도적인 피지컬과 그보다 더 깊은 여운을 남긴 톰 히들스턴(로키)의 처절한 눈빛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으니까요. 아이언맨이 쇳덩이를 두드리며 성장했다면, 토르는 자신의 모든 권력을 잃고 밑바닥으로 추락한 뒤에야 진짜 영웅이 무엇인지 깨닫습니다.

 

최근 OTT를 통해 다시 정주행하면서, 1편이 얼마나 섬세하고 우아하게 마블 유니버스의 우주적 세계관을 확장했는지 새삼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히어로물을 넘어 한 편의 장엄한 고전 비극을 보는 듯한 이 영화의 연출과 서사를 깊이 분석해 봅니다.

 


1. 권력의 추락과 필멸자의 삶 "진정한 자격에 대하여"

영화 초반의 토르는 아스가르드의 왕위 계승자로서 강력한 힘을 가졌지만, 오만하고 호전적인 '철부지 왕자'에 불과합니다. 아버지 오딘은 그의 경솔함이 왕국에 전쟁을 불러오자, 그의 모든 힘(묠니르)을 빼앗고 지구(미드가르드)로 추방하는 극단적인 처벌을 내립니다.

 

이 영화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전지전능했던 신이 하루아침에 나약한 인간(필멸자)으로 전락하여 겪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처절한 적응기입니다. 병원에서 난동을 피우다 진정제를 맞고 쓰러지거나, 머그잔을 바닥에 깨뜨리며 "한 잔 더!"를 외치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내지만, 동시에 그가 얼마나 자신의 작은 세계관에 갇혀 있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제인 포스터(나탈리 포트만 분)와 지구인들의 삶을 지켜보며 타인에 대한 연민과 희생을 배우는 과정은, 그가 왜 진정으로 묠니르를 들 '자격(Worthy)'이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증명합니다.

 

2. 케네스 브래너의 연출 "우주로 간 셰익스피어 비극"

마블이 <토르> 1편의 감독으로 '셰익스피어 전문 연출가'인 케네스 브래너를 선택한 것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 자칫 유치한 판타지로 전락할 수 있었던 아스가르드의 이야기는 그의 손을 거쳐 형제간의 질투, 왕좌를 둘러싼 음모, 그리고 아버지의 인정을 갈구하는 아들들의 서사시로 재탄생했습니다.

 

오딘, 토르, 로키 세 부자가 대립하는 씬들은 흡사 <리어왕>이나 <햄릿>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묵직한 연극적 텐션을 뿜어냅니다. 감독은 비스듬한 앵글(더치 앵글)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인물들의 불안정한 심리와 아스가르드 왕실의 위태로운 권력 구도를 시각적으로 탁월하게 표현해 냈습니다.

 

3. 마블 최고의 매력적인 빌런, 로키의 탄생

이 영화가 낳은 최고의 스타는 단연 '로키'입니다. 톰 히들스턴이 연기한 로키는 단순히 세계를 파괴하려는 평면적인 악당이 아닙니다. 자신이 서리거인의 핏줄이라는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후 겪는 정체성의 혼란, 형에 대한 열등감, 그리고 아버지 오딘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처절한 갈망은 관객으로 하여금 악당임에도 그에게 깊이 감정이입하게 만듭니다.

 

"난 단지 아버지와 같아지고 싶었을 뿐이에요!"라고 절규하며 우주 미아로 떨어지는 결말은, 그의 행보가 악의에 찬 정복욕이 아니라 상처받은 아이의 슬픈 반항이었음을 보여주며 마블 역사상 가장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빌런의 탄생을 알렸습니다.

 


결론 "가장 고전적이고 우아한 히어로의 탄생기"

지금은 <토르: 라그나로크>를 거치며 완전히 유쾌한 개그 캐릭터(?)로 변신한 토르지만, 가끔은 1편에서 보여주었던 그 근엄하고 우아했던 시절의 토르가 그립기도 합니다. 황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던 아스가르드의 미장센과 웅장한 OST는 언제 들어도 가슴을 뛰게 만드니까요.

 

이번 주말, 화려한 우주 전쟁의 서막이자 애증의 형제 '토르와 로키'의 풋풋했던 첫 시작을 다시 한번 감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시원한 맥주 한 잔(가능하면 머그잔에!)을 곁들이며 미드가르드의 평화를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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