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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그것 2 (IT Chapter Two) "27년 만의 귀환, 어른이 된 루저들이 과거의 트라우마를 끝내는 법"

by 머니루키moneyrookie 2026.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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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2의 주연 배우들의 성장 모습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어릴 적 침대 밑 어둠이나 삐에로를 무서워하던 아이들은 자라서 통장 잔고, 대출 이자, 혹은 직장 상사를 더 무서워하는 현실적인 어른이 됩니다. 바쁘게 살다 보면 과거에 우리를 떨게 했던 근원적인 공포와 상처들은 자연스럽게 잊힌 것처럼 느껴지죠.

 

하지만 영화 <그것 두 번째 이야기(IT Chapter Two)>를 보다 보면 문득 서늘한 깨달음이 찾아옵니다. '잊은 것'과 '극복한 것'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요. 1편으로부터 27년이 흘러 40대가 된 '루저 클럽' 아이들은 겉보기엔 번듯한 어른이 되었지만, 데리(Derry) 마을에서 걸려 온 전화 한 통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오늘은 전편의 찬란했던 핏빛 성장기를 넘어, 억압된 기억의 봉인을 풀고 마침내 내면의 끔찍한 괴물과 완벽한 작별을 고하는 어른들의 잔혹 동화, 그 거대한 피날레를 심층 분석해 봅니다.

 


1. 망각이라는 방어기제와 어른이 된 루저들

데리를 떠나 성공한 삶을 살고 있던 루저 클럽 멤버들은 고향에서의 기억을 까맣게 잊고 지냈습니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해리성 기억상실' 혹은 트라우마에 대한 방어기제입니다. 고향을 지키던 마이크의 전화를 받고 그들이 발작적으로 구토를 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장면은, 덮어두었던 상처가 얼마나 무서운 독으로 변해 영혼을 갉아먹고 있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유년기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던 베벌리는 폭력적인 남편과 살고 있고, 소심했던 에디는 통제적인 아내와 결혼했습니다.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은 성인 배우들(제임스 맥어보이, 제시카 차스테인, 빌 헤이더 등)의 놀라운 싱크로율과 연기력을 통해,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는 이상 진정한 독립과 성장은 이뤄질 수 없다는 냉혹한 진실을 짚어냅니다.

 

2. 진화한 페니와이즈 "죄책감을 파고드는 악몽"

27년 만에 긴 잠에서 깨어난 페니와이즈(빌 스카스가드 분)는 1편보다 훨씬 교활하고 악독해졌습니다. 과거에는 겉으로 보이는 시각적인 공포로 아이들을 위협했다면, 이번에는 어른들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죄책감'과 '비밀'을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동생 조지를 지키지 못했다는 빌의 부채 의식, 친구의 죽음을 방관했다는 자책감 등 각자의 뼈아픈 기억이 페니와이즈의 환영을 통해 실체화됩니다. 특히 차이나 식당에서의 포춘 쿠키 씬이나, 거울 미로 속에서 무기력하게 희생자를 바라봐야만 하는 시퀀스는 1편 특유의 기괴한 연출력을 성인 버전에 맞춰 한 차원 더 잔혹하고 심리적인 압박감으로 업그레이드한 명장면입니다.

 

3. 추드의 의식 "공포를 조롱하고 연대하라"

러닝타임 2시간 49분의 대장정 끝에 도달하는 결말부는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원작의 철학을 가장 잘 구현한 은유적인 전투입니다. 거대한 거미의 형상으로 압도적인 힘을 과시하는 페니와이즈를 물리친 것은 물리적인 타격이 아니라, 바로 '언어와 태도'였습니다.

 

"너는 그냥 삐에로일 뿐이야!", "너는 작고 나약해!" 루저 클럽 멤버들이 서로의 어깨를 곁에 두고 맹렬하게 페니와이즈를 비웃고 축소시키자, 공포를 먹고 자라던 괴물은 거짓말처럼 쪼그라들어 무력해집니다.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은 실상 우리가 부여한 크기만큼만 존재한다는 것. 과거의 상처를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직시하며 연대할 때, 비로소 우리는 마음속 괴물의 심장을 맨손으로 으깨버릴 수 있다는 묵직한 카타르시스를 남깁니다.

 


결론 "우리는 루저(Loser)가 아니라, 언제든 잃을(Lose) 수 있는 자들"

 

영화의 마지막, 모든 것을 끝낸 친구들이 맑은 호수에서 수영하며 서로의 손에 남은 흉터를 바라보는 장면은 묘한 위로를 줍니다. 과거의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 흉터로 남겠지만, 이제 그들은 더 이상 그것을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혹시 지금, 외면하고 싶은 현실의 두려움이나 풀리지 않는 과거의 응어리가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이 7명의 '루저'들이 27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피투성이가 된 채 거둔 위대한 승리를 지켜보시길 바랍니다. 다소 긴 러닝타임이 부담될 수 있지만, 스티븐 킹의 위대한 호러 대서사시를 마무리 짓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마침표는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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