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녀님들이 구마 의식을 한다고? 감당이 될까?"
2015년 <검은 사제들>에 열광했던 1인으로서, 이 후속작(스핀오프)의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 <검은 수녀들>을 보고 극장을, 그리고 최근 OTT로 다시 보며 모니터를 끄는 순간 제 걱정은 완벽한 '기분 좋은 배신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우리에게 멜로 퀸으로 익숙했던 송혜교 배우가 핏발 선 눈으로 악령과 사투를 벌이고, 전여빈 배우가 곁에서 묵직하게 극의 텐션을 끌어올리는 광경은 그야말로 숨 막히는 몰입감을 선사하더군요. 오늘은 금기를 깨고 악의 심장부로 돌진한 두 수녀의 처절하고도 성스러운 전투, 그 속에 담긴 연출의 디테일과 배우들의 미친 앙상블을 심층 분석해 봅니다.
1. 금기를 깬 자들의 서사 왜 '수녀'인가?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설정 그 자체에 있습니다. 가톨릭 교리상 공식적인 구마 의식(엑소시즘)은 허가받은 사제(신부)들만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 '희준'을 구하기 위해, 아무도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기꺼이 규칙을 깨고 뛰어드는 수녀들의 서사를 그립니다.
유니아 수녀(송혜교 분)는 어떠한 규율보다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이 신의 진정한 뜻이라 믿고 직진합니다. 이는 전작의 김 신부(김윤석 분)가 가졌던 맹목적인 신념과는 또 다른 결의, '모성애를 닮은 강인함'을 보여줍니다. 제도권 밖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악과 싸우는 여성들의 서사는 현대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며, 한국 오컬트 장르의 외연을 한 차원 넓혔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합니다.
2. 송혜교와 전여빈 "흑과 백의 완벽한 앙상블"
영화의 무게중심을 멱살 잡고 끌고 가는 것은 단연 송혜교와 전여빈의 연기력입니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에서 서늘한 복수극을 완성했던 송혜교는, 이번 작품에서 특유의 우아함을 완전히 지워버렸습니다. 땀에 젖은 수녀복을 입고 거칠게 악령을 향해 라틴어 기도를 쏟아내는 그녀의 얼굴은 낯설면서도 경이롭습니다.
이에 맞서는 미카엘라 수녀 역의 전여빈은 유니아를 돕는 조력자이자, 극의 긴장감을 조율하는 완벽한 밸런서 역할을 해냅니다. 처음에는 두려움에 떨지만 점차 유니아의 신념에 동화되며 각성하는 그녀의 눈빛 변화는, <검은 사제들>의 최 부제(강동원 분)가 겪었던 성장의 궤적과 겹치면서도 훨씬 더 섬세한 감정선을 전달합니다. 두 여배우가 뿜어내는 '워맨스'와 영적 시너지는 이 영화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입니다.
3. 시각적 공포의 진화 고통의 질감을 살린 미장센
<검은 수녀들>은 전작이 보여주었던 '청각적 공포(소리)'에 더해, 훨씬 다크하고 묵직한 '시각적 공포'를 선보입니다. 악령에 들린 소년이 겪는 육체적 고통과 기괴한 신체 변화는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리얼하게 묘사됩니다. 소년 역을 맡은 문우진 배우의 열연은 과거 박소담 배우가 주었던 충격 그 이상을 선사합니다.
특히 낡은 수도원 지하와 어두운 병실을 오가며 빛과 그림자를 영리하게 활용한 촬영 기법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좁고 폐쇄된 공간에서 수녀들이 든 촛불 하나에 의지해 구마를 진행하는 씬은, 관객들마저 그 방 안에 함께 갇혀 악마의 숨결을 느끼는 듯한 압도적인 서스펜스를 조형해 냈습니다.
결론 오컬트 팬이라면 무조건 탑승해야 할 롤러코스터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목이 뻐근해질 정도로 몸에 힘을 주고 봤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검은 사제들>의 영광에 기대기만 한 안일한 속편이 아닐까 했던 의심은 눈 녹듯 사라졌고, 한국에서도 이런 퀄리티의 유니버스가 구축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웅장해졌습니다.
오컬트 장르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를 좋아하시거나,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이 부딪히는 스파크를 보고 싶으시다면 이 영화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단, 주말 밤에 혼자 보실 계획이라면 화장실은 꼭 미리 다녀오세요. 등 뒤에서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오싹함에 밤잠을 설칠 수도 있으니까요!